세상은 너무나 사랑스러운데 그중에 나는 하나가 아니다.

나는 그저 너의 힘듦을 내 주머니에 담고 같이 자전거를 타고 싶었어.

내가 페달을 너무나 힘들게 밟는걸 알아주지 못해도 좋았었어.

너의 뒷주머니에서 나의 노력들이 점점 길거리에 흘러 웅덩이가 생겨

내가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자전거가 욺직이지 않자 내려서 혼자 열심히 밀어봤지만

너는 앞좌석에 타고있어서 뒤의 나는 하나도 보이지 않더라.

그래도 괜찮아.

나는 이제 나만의 자전거를 홀로 탈게.

하지만 마지막으로 너의 자전거를 밀어줄게 그러니까 너는 너대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꿈 속에서의 미래는 언제나 밝았다.

희망과 평화로 가득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잠을 자는 걸 좋아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잖아요
적용시킬 대상도 없는데
영원함이란 단어는 왜 생긴 걸까요


💬
영원하길 바랬으니까

우리는 서로 닮아간다.

살아있는 것은 주위와 닮아간다.

닮아간다는 것은 달라지는 것이지만 달라지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애정하는 것이 대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싸움을 너무 버거워하지만은 말아라.

싸움의 유일한 좋은 점은

적어도 그 경험치만큼은 어른이 된다는 것

우린 그렇게 천천히 어른이 되고 있다.

사람은 늘 결함을 갖고있지않은가.

하지만 그건

우리를 인간적이고, 사랑스럽게 해준다.

결함은 그것만으로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아, 응, 그래. 진짜 나빴던 건, 그 다정함이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얄밉게도, 그때 너는 내게 너무 잘해줬어.

그러니까, 웃을 때마다 꼭 눈을 맞췄고, 손을 잡을 땐 항상 먼저였고,내가 말끝을 흐리면 너는 그걸 끝까지 들어주려 했지.

나는 그게, 음, 너라서 가능한 건 줄 알았거든. 사랑이라는 게 원래 그런 줄 알았어. 다정하니까 사랑하고, 사랑하니까 다정한 거라고.

근데 아니었더라. 그게 전부였더라. 다정함이 마지막 선물이었다는 걸, 떠나기 전에 남겨두고 간 너만의 방식이었다는 걸,

나는 정말 몰랐어. 진심이야.

저기, 그때는 너를 바라보는 내 눈에도 의심이란 게 없었으니까. 그게 사랑의 확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건 네가 아주 천천히 준비해둔 이별이었어.

아, 그럼 그렇지. 너무 다정하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같이 네 사랑에 행복해하던 내가 믿기지가 않아.

의심할 생각은 안한건가? 그냥 미련했던 걸까? 아, 구차한 변명이라도 괜찮다면 말이지, 그렇게까지 다정한 사람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걸, 나는 몰랐어. 넌 마지막까지 친절했고, 투정을 부려보자면 그래서 더 잔인했어.

너는 너대로 미안했을지도 모르지. 음, 분명 너무 오래 생각했을 거야, 이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까지 꺼내야 할지.

근데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그렇게 사랑받고 있다고 착각한 채, 너의 다정함에 취해 있었던 거야. 믿겨져?

그래서 말인데,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

네가 날 사랑했던 게 맞긴 했을까, 아니면 그냥 죄책감이었을까.

떠나야 하는 걸 알면서, 나를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하려고 그렇게 굴었던 걸까. 아님, 너는 마지막까지 나를 좋아했던 걸까.

아, 그만. 그만 생각해야 하는데. 자꾸 그러면 더 비참하잖아.

다정하게 사랑하면서, 동시에 떠날 수도 있는 거라면, 그럼 대체 뭘 믿어야 해. 그럼 나는 언제부터 혼자였던 걸까.

사랑은 기억 속에 가장 좋은 얼굴만 남는다는데, 나는 이제 너의 다정한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묘하게 속이 뒤틀려.

그 모든 장면이 다 거짓은 아니었을 텐데도.

네가 나를 보면서 웃을 때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 나한테 실망했겠지.

아, 분명 모두 내 잘못일거야. 아, 아닌가. 어쩌면 네가 못된 걸 수도 있고. 하지만 나는 네가 말했듯이 질릴만한 인간이니까,

그걸 잠시나마 감당해준 너를 향한 감사의 의미로 너를 탓하지는 않을게.

웃기지?

나는 여전히, 너의 그 다정함이 그리운데 그게 날 가장 아프게 만들었어.

아, 맞다. 그리고, 그리고 더 웃긴 건 말야,

있지, 아직도 널 _________.

[ 김연덕, 재와 사랑의 미래 중 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