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 Black Flying Butterfly ゆめ
유서(2)
2025. 1. 10.


이 글을 읽기 전에 아래의 링크를 먼저 들어가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유서

5평짜리 원룸반쯤 남은 소주세일 코너에서 산 방울토마토 물크러진 것들이 너를 살게 했다는 말이나는 아주 조금도쓸모가 없었단 네 마지막 활자가자기야.나는 너무 아팠다 사는 내내 불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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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 코너에서 산 물컹한 토마토

그게 제일 좋았던 이유는

 

어느 계절이든 흔하게 보이는

동글 거리고 유해 보이는

나를 볼 때 새빨개지는

그것을 닮아서

 

토마토 두세 개를

한 입에 다 털어 넣는데도

나를 보곤 구겨진 종이처럼 웃어

물컹해서 밉고

살짝 달아서 계속 먹게 되고

이런 게 사랑인 건가

 

사람의 진심은 말이 아니라 눈에 담기는 거야.

 

자기야

네가 내 눈을 보는 게 두려워

너한테 짐이 되기 싫어

네가 행복하면 좋겠다

아니야 많이 아프면 좋겠어

 

그래서 언제든 꾸겨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종이 쪼가리에

희미하게 나오는

심이 뭉개진 펜으로

꾸역꾸역 검은색의 무언가를

적어냈다

 

온 세상이 하얗던 날

우리의 불행도 지워질 것만 같던 날

네가 따뜻한 손으로 만든

차가운 눈사람을 보면서

그게 나였으면

내가 네 온도에 녹아 사라질 수 있다면

내 세상이 너로 끝날 수 있다면

 

자기야 사랑은 아픈 거라며

그래서 내가 이렇게 아픈가 봐

나 더 이상 사랑 안 할래.

 

그러니까 사랑해

이 말도 거짓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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