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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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5평짜리 원룸반쯤 남은 소주세일 코너에서 산 방울토마토 물크러진 것들이 너를 살게 했다는 말이나는 아주 조금도쓸모가 없었단 네 마지막 활자가자기야.나는 너무 아팠다 사는 내내 불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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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 코너에서 산 물컹한 토마토
그게 제일 좋았던 이유는
어느 계절이든 흔하게 보이는
동글 거리고 유해 보이는
나를 볼 때 새빨개지는
그것을 닮아서
토마토 두세 개를
한 입에 다 털어 넣는데도
나를 보곤 구겨진 종이처럼 웃어
물컹해서 밉고
살짝 달아서 계속 먹게 되고
이런 게 사랑인 건가
사람의 진심은 말이 아니라 눈에 담기는 거야.
자기야
네가 내 눈을 보는 게 두려워
너한테 짐이 되기 싫어
네가 행복하면 좋겠다
아니야 많이 아프면 좋겠어
그래서 언제든 꾸겨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종이 쪼가리에
희미하게 나오는
심이 뭉개진 펜으로
꾸역꾸역 검은색의 무언가를
적어냈다
온 세상이 하얗던 날
우리의 불행도 지워질 것만 같던 날
네가 따뜻한 손으로 만든
차가운 눈사람을 보면서
그게 나였으면
내가 네 온도에 녹아 사라질 수 있다면
내 세상이 너로 끝날 수 있다면
자기야 사랑은 아픈 거라며
그래서 내가 이렇게 아픈가 봐
나 더 이상 사랑 안 할래.
그러니까 사랑해
이 말도 거짓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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